들어가며
5편에서 DEX가 AMM이라는 수학 공식으로 가격을 정한다고 했고, 그 공식이 작동하려면 누군가 미리 코인을 풀에 넣어둬야 한다고 잠깐 언급했습니다.
이번 편에서는 그 “누군가”의 역할, 바로 유동성 공급자(LP, Liquidity Provider)를 자세히 다룹니다. 내가 직접 이 역할을 할 수도 있고, 그 과정에서 어떤 수익과 리스크가 따르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주식 시장의 마켓 메이커부터
유동성 풀을 이해하려면 먼저 주식 시장의 마켓 메이커(Market Maker, 시장 조성자) 개념을 떠올리면 도움이 됩니다.
주식 시장에서 내가 삼성전자를 팔고 싶을 때, 누군가 그 순간 바로 사줘야 거래가 체결됩니다. 이때 항상 매수·매도 양쪽에 호가를 걸어두고 거래를 받아주는 역할을 하는 게 마켓 메이커입니다. 거래소나 증권사가 이 역할을 맡거나, 전문 마켓 메이킹 회사가 따로 존재합니다.
DEX에는 이런 전문 회사가 없습니다. 대신 일반 사용자 누구나 자산을 풀에 넣어서 마켓 메이커 역할을 대신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유동성 공급, LP입니다.
유동성 풀은 어떻게 만들어지나
유동성 풀은 두 종류의 코인이 일정 비율로 함께 예치된 스마트 컨트랙트입니다.
예를 들어 ETH/USDC 풀이라면, 누군가 1 ETH와 동등한 가치의 USDC를 동시에 넣어야 합니다. 한 종류만 넣을 수는 없습니다. 두 자산이 항상 짝을 이루며 풀에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자산을 넣은 사람은 그 대가로 LP 토큰을 받습니다. 이 토큰은 내가 풀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증명하는 영수증 같은 역할을 합니다. 나중에 LP 토큰을 돌려주면 내가 넣은 자산(과 누적된 수수료)을 찾아갈 수 있습니다.
LP는 어떻게 돈을 버나
DEX에서 거래가 일어날 때마다 거래 수수료가 발생합니다. 보통 거래액의 0.01~0.3% 수준입니다.
이 수수료는 거래소 회사가 아니라, 그 풀에 자산을 넣은 LP들에게 기여 비율대로 나눠집니다.
주식의 배당과 비슷한 구조로 이해하면 쉽습니다. 내가 풀에 넣은 비율만큼 거래가 일어날 때마다 자동으로 수익이 쌓이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손실도 발생할 수 있다 — 비영구적 손실
여기서 LP 투자자들이 가장 자주 놓치는 개념이 등장합니다. 비영구적 손실(Impermanent Loss)입니다.
쉬운 예로 설명하겠습니다.
내가 1 ETH(가격 2,000달러)와 2,000 USDC를 풀에 넣었다고 합시다. 총 4,000달러어치를 넣은 셈입니다.
그런데 ETH 가격이 4,000달러로 두 배 올랐다고 해봅시다. 만약 내가 그냥 1 ETH를 가지고 있었다면 자산은 4,000달러가 됐을 겁니다.
하지만 풀에 넣어둔 경우, AMM 공식(x×y=k) 때문에 사람들이 풀에서 저렴한 ETH를 사가면서 풀 안의 ETH 비율이 줄어듭니다. 내가 나중에 LP 토큰을 돌려받을 때는 ETH가 줄고 USDC가 늘어난 상태로 받게 됩니다. 계산해보면 그냥 들고 있었을 때보다 자산 총액이 더 적습니다.
이 차이가 비영구적 손실입니다. ‘비영구적’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는, 가격이 원래대로 돌아오면 손실도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가격이 한 방향으로 계속 움직이면 실질적인 손실로 확정됩니다.
아래는 비영구적 손실이 발생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다이어그램입니다.
[비영구적 손실 구조 다이어그램 삽입 위치 — 아래 별도 제공]
그럼 LP는 손해 보는 장사인가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수수료 수익이 비영구적 손실을 상쇄하거나 넘어설 수도 있습니다.
특히 두 자산의 가격이 비슷하게 움직이는 페어(예: 두 가지 스테이블코인 USDT/USDC)에서는 비영구적 손실이 거의 발생하지 않으면서 수수료 수익만 쌓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스테이블코인 페어 풀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LP 전략으로 여겨집니다.
반대로 가격 변동이 큰 페어(예: 신생 코인과 ETH)는 수수료가 높을 수 있지만 비영구적 손실 위험도 큽니다.
주식 투자로 비유하면, 변동성이 낮은 채권형 ETF에 투자하는 것과 변동성이 큰 테마주에 투자하는 것의 위험-수익 구조 차이와 비슷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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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 유동성 — 유니스왑 v3의 발전
초기 AMM은 가격 범위 전체에 자산을 균등하게 분산해야 했습니다. 비효율적인 부분이 많았죠.
유니스왑 v3부터는 집중 유동성(Concentrated Liquidity)이라는 방식이 도입됐습니다. LP가 특정 가격 구간을 직접 지정해서 자산을 집중시킬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예를 들어 ETH가 1,800~2,200달러 사이에서 주로 거래된다고 예상하면, 그 구간에만 자산을 집중시켜 더 많은 수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가격이 그 범위를 벗어나면 수수료를 받지 못하게 됩니다.
주식의 옵션 전략처럼, 가격 범위를 좁게 설정할수록 수익률은 높아질 수 있지만 그만큼 관리가 까다로워지는 트레이드오프가 있습니다.
투자자 관점에서 본 유동성 풀
DEX 전체에 예치된 유동성 규모는 6편에서 다룬 TVL의 한 축을 차지합니다. 특정 풀에 유동성이 몰린다는 것은 그 자산 쌍에 대한 거래 수요가 높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또한 LP 수익률(APR)은 시중 금리와 비교되는 지표입니다. 미국 국채 금리보다 LP 수익률이 훨씬 높다면 자금이 DeFi로 유입될 유인이 커지고, 반대의 경우 자금이 빠져나갈 유인이 생깁니다.
다만 LP 수익률에는 비영구적 손실 위험이 반영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아, 표시된 APR만 보고 판단하면 실제 수익과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정리
- 유동성 공급자(LP)는 주식 시장의 마켓 메이커와 비슷한 역할을 DEX에서 수행합니다.
- LP는 거래 수수료를 기여 비율대로 나눠 받는 대신, 비영구적 손실이라는 고유한 리스크를 부담합니다.
- 가격 변동이 적은 자산 페어일수록 비영구적 손실 위험이 낮습니다.
- 집중 유동성은 LP가 특정 가격 구간에 자산을 집중시켜 효율을 높이는 방식입니다.
- LP 수익률은 표시된 APR뿐 아니라 비영구적 손실까지 함께 고려해 판단해야 합니다.
다음 편에서는 가스비를 다룹니다. 블록체인 수수료는 왜 오르내리는지, 거래소 수수료와는 어떻게 다른지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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