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체인 입문노트 #4] 스테이블코인이란? 왜 디지털 달러가 필요한가

스테이블코인이란

들어가며

앞선 편들에서 블록체인이 무엇인지, 지갑과 주소는 어떻게 작동하는지, 온체인과 오프체인의 차이까지 살펴봤습니다.

이번 편에는 조금 다른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은 가격이 하루에도 10~20%씩 오르내리잖아요. 그런데 블록체인 금융 시스템에서 실제로 결제를 하거나, 이자를 받거나, 담보를 맡기려면 가격이 안 흔들리는 돈이 필요합니다.

그 역할을 하는 게 바로 스테이블코인(Stablecoin)입니다.


가격이 움직이지 않는 코인?

‘스테이블(Stable)’은 ‘안정적인’이라는 뜻입니다. 즉, 스테이블코인은 가격이 특정 자산에 고정되어 있는 암호화폐입니다.

가장 흔한 형태는 1달러 = 1코인으로 고정된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입니다.

대표적인 것들이 바로 USDT(테더)와 USDC(USD코인)입니다.

주식으로 비유하면 이렇게 이해할 수 있어요.

비트코인은 가격이 매일 바뀌는 성장주 같은 것이고, 스테이블코인은 언제나 1달러짜리 단기 채권처럼 가격이 고정된 것입니다.


왜 필요한가 — 현실적인 이유 세 가지

1. 거래의 기준점이 필요하다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을 팔고 싶을 때, 팔아서 받은 돈을 어디에 담아둘까요?

원화나 달러로 바꾸면 출금 수수료가 들고 시간도 걸립니다. 그렇다고 이더리움에 보관하면 이더리움 가격도 움직이니 불안합니다.

이때 USDT로 바꿔두면 달러 가치 그대로 블록체인 안에 보관할 수 있습니다. 다음 기회를 기다리면서 가격 노출 없이 대기하는 것이죠.

주식 투자자로 비교하면 장세가 불확실할 때 현금 비중을 높이는 것과 같은 개념입니다.

2. DeFi 생태계의 기반 통화

5편부터 다룰 DeFi(탈중앙화 금융)에서는 이자 농사, 대출, 유동성 공급 같은 다양한 금융 활동이 이뤄집니다. 이때 기준 통화 역할을 하는 것이 대부분 스테이블코인입니다.

블록체인 세계의 달러, 즉 금융 시스템의 혈액 같은 역할입니다.

3. 달러를 블록체인 위에 올리는 방법

미국에 살지 않아도, 은행 계좌가 없어도, USDT를 지갑에 담으면 달러 자산을 보유한 것과 경제적으로 같습니다.

전 세계에서 달러에 접근할 수 있는 수단이 됩니다. 특히 자국 화폐 가치가 불안정한 나라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이 사실상 달러 예금 역할을 합니다.


스테이블코인의 종류 — 어떻게 1달러를 유지하나

가격이 고정되어 있다고 했는데, 어떻게 그게 가능할까요? 방법에 따라 크게 세 종류로 나뉩니다.

종류대표 코인작동 원리특징
법정화폐 담보형USDT, USDC실제 달러를 은행에 예치해두고 그만큼 코인 발행가장 안정적, 중앙화
암호화폐 담보형DAI이더리움 등을 담보로 잡고 코인 발행탈중앙화, 초과 담보 필요
알고리즘형(과거 UST)알고리즘으로 수요·공급 조절리스크 높음, 붕괴 사례 있음

각각 아래에서 조금 더 살펴볼게요.


법정화폐 담보형: USDT와 USDC

가장 단순하고 직관적인 구조입니다.

발행사가 1달러를 은행에 예치하면, 블록체인 위에 1 USDT가 발행됩니다. 사용자가 USDT를 돌려주면 달러를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 USDT(테더): 시가총액 1위 스테이블코인. 홍콩 기반 테더 사가 발행. 준비금 구성의 투명성 논란이 있어왔습니다.
  • USDC(USD코인): 미국 기반 서클(Circle) 사가 발행. 준비금이 주로 미국 단기 국채와 달러로 구성되어 있어 투명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두 코인 모두 전통 금융 기관과의 연결고리를 갖고 있습니다. 이 점에서 완전히 탈중앙화된 자산은 아닙니다. 발행사가 특정 지갑을 동결할 수 있는 권한도 갖고 있어요.


암호화폐 담보형: DAI

DAI는 메이커다오(MakerDAO)라는 DeFi 프로토콜이 발행하는 스테이블코인입니다.

달러를 은행에 맡기는 대신, 이더리움 같은 암호화폐를 스마트 컨트랙트에 담보로 잡습니다. 담보 가치의 약 150% 이상을 맡겨야 1달러어치 DAI를 발행할 수 있어요.

왜 초과 담보를 요구할까요? 암호화폐 가격이 갑자기 떨어졌을 때도 1달러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서입니다.

발행사가 없고, 스마트 컨트랙트 코드가 규칙을 집행하기 때문에 탈중앙화 스테이블코인이라고 불립니다.


알고리즘형: 루나·UST 붕괴 사건

2022년 5월, 스테이블코인 역사에서 가장 큰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테라 블록체인의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 UST가 1달러 페그(연동)를 잃으면서 단 며칠 만에 거의 무가치해졌습니다. 연동된 루나 코인도 함께 폭락했고, 수십조 원 규모의 자산이 증발했습니다.

알고리즘형은 실제 자산 담보 없이 수요와 공급을 인위적으로 조절해 가격을 유지하는 구조인데, 시장 신뢰가 한번 흔들리면 연쇄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한계가 드러난 사건이었습니다.

이 사건 이후, 규제 당국의 스테이블코인 감독 논의가 전 세계적으로 빨라졌습니다.


아래 다이어그램은 세 가지 스테이블코인 구조를 한눈에 비교한 것입니다.


투자자 관점에서 본 스테이블코인

주식 투자 경험이 있다면 이런 시각도 유용합니다.

스테이블코인 시장 규모는 온체인 금융 활동의 온도계입니다. 전체 스테이블코인 유통량이 늘어난다는 것은 블록체인 생태계에 신규 자금이 들어오고 있다는 신호로 읽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유통량이 줄어들면 자금이 빠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2024~2025년 기준으로 USDT와 USDC의 합산 시가총액은 2,000억 달러를 넘어섰고, 이는 블록체인 생태계 내 달러 경제권의 규모를 보여주는 지표로 활용됩니다.

또한 USDC 발행사 서클(Circle)은 2024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기업공개(IPO)를 신청했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이 단순한 암호화폐 도구를 넘어 전통 금융 인프라로 편입되는 흐름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한국 투자자가 알아두면 좋은 것

국내 거래소에서는 원화로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에 스테이블코인을 직접 쓸 일이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해외 거래소나 DeFi를 활용할 경우, USDT와 USDC는 기축 통화처럼 쓰이기 때문에 반드시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또한 2025년부터 논의가 본격화된 한국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KRW 스테이블코인) 관련 규제 동향도 앞으로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리

  • 스테이블코인은 가격이 달러 등 법정화폐에 고정된 암호화폐입니다.
  • 블록체인 생태계에서 현금처럼 쓰이며, DeFi의 기반 통화 역할을 합니다.
  • 법정화폐 담보형(USDT, USDC), 암호화폐 담보형(DAI), 알고리즘형으로 나뉘며 각각 리스크 구조가 다릅니다.
  • 2022년 루나·UST 사태는 알고리즘형의 구조적 취약성을 보여준 대표 사례입니다.
  • 스테이블코인 유통량은 블록체인 생태계 자금 흐름을 읽는 지표로 활용됩니다.

다음 편에서는 DEX(탈중앙화 거래소)를 다룹니다. 업비트나 빗썸 같은 거래소 없이 어떻게 코인을 바꿀 수 있는지, 그 구조를 살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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