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5편에서 DEX를 통해 은행이나 거래소 없이도 코인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살펴봤습니다.
그런데 블록체인 위에서는 교환뿐만 아니라 예금, 대출, 이자 수익까지도 은행 없이 가능합니다. 이 모든 활동을 묶어서 부르는 이름이 DeFi(Decentralized Finance, 탈중앙화 금융)입니다.
오늘은 DeFi가 정확히 뭘 의미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은행 없이 이런 금융 활동이 가능한지 살펴보겠습니다.

은행이 하는 일을 다시 생각해보면
은행에 적금을 넣으면 은행이 그 돈을 다른 사람에게 대출해주고, 대출자가 갚는 이자의 일부를 나에게 돌려줍니다.
이 구조를 도식화하면 단순합니다.
예금자 → 은행 → 대출자 → 이자 → 은행 → 예금자
은행은 이 과정에서 중개자 역할을 합니다. 예금자와 대출자를 직접 연결하는 게 아니라, 은행이라는 신뢰할 수 있는 기관이 중간에서 모든 걸 관리합니다.
DeFi는 이 중개자를 스마트 컨트랙트로 대체합니다.
예금자 → 스마트 컨트랙트 → 대출자 → 이자 → 스마트 컨트랙트 → 예금자
회사도, 직원도, 본사 건물도 없습니다. 코드가 규칙대로 자동 실행될 뿐입니다.
DeFi 대출의 작동 원리
대표적인 DeFi 대출 프로토콜이 아베(Aave)와 컴파운드(Compound)입니다. 작동 방식은 이렇습니다.
예금하는 사람 (Lender) 보유한 암호화폐를 스마트 컨트랙트에 맡깁니다. 그 대가로 이자를 받습니다. 이자율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실시간으로 자동 조정됩니다.
빌리는 사람 (Borrower) 암호화폐를 빌리고 싶다면, 빌리려는 금액보다 더 큰 가치의 다른 암호화폐를 담보로 맡겨야 합니다. 보통 담보 가치의 50~80% 정도만 빌릴 수 있습니다.
여기서 주식 투자자라면 익숙한 개념이 나옵니다. 바로 담보 대출, 즉 마진과 비슷한 구조입니다.
왜 과담보가 필요한가
은행 대출은 신용 평가를 합니다. 직장, 소득, 신용 점수를 보고 빌려줄지 결정합니다.
DeFi에는 신용 평가가 없습니다. 지갑 주소만으로 거래하기 때문에 이 사람이 누구인지, 신뢰할 수 있는지 알 방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신용 대신 담보로 위험을 관리합니다. 100만 원을 빌리고 싶다면 150만 원어치 암호화폐를 먼저 맡겨야 하는 식입니다.
만약 담보 가치가 떨어져서 대출금보다 낮아질 위험이 생기면, 스마트 컨트랙트가 자동으로 담보를 매도해 대출금을 회수합니다. 이를 청산(Liquidation)이라고 합니다.
주식의 마진콜과 거의 같은 개념입니다. 다만 여기서는 사람이 전화하는 게 아니라 코드가 즉시, 24시간 자동으로 실행한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이자 농사(Yield Farming)란
DeFi에서 자주 듣게 되는 용어가 이자 농사입니다.
단순하게 보면, 내가 가진 암호화폐를 여러 프로토콜에 예치하거나 유동성 풀에 공급해서 이자나 수수료 수익을 얻는 모든 활동을 가리킵니다.
5편에서 살펴본 DEX 유동성 풀에 자산을 공급하는 것도 이자 농사의 한 형태입니다. 거래 수수료를 나눠 받기 때문이죠.
주식의 배당주 투자나 채권 이자 수익과 비슷한 개념으로 이해하면 접근이 쉬워집니다. 다만 DeFi의 이자율은 훨씬 변동성이 크고, 코드 오류나 해킹 같은 새로운 종류의 리스크도 존재합니다.
아래는 DeFi 대출의 전체 구조를 보여주는 다이어그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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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Fi의 리스크 — 알아야 할 세 가지
1. 스마트 컨트랙트 코드 리스크 코드에 오류나 취약점이 있으면 해킹으로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습니다. 2020~2023년 사이 여러 DeFi 프로토콜에서 수백억 원 규모의 해킹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2. 담보 가치 급락 리스크 암호화폐 가격이 급락하면 대규모 청산이 동시에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는 다시 가격을 더 떨어뜨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3. 규제 불확실성 DeFi는 아직 전 세계적으로 명확한 법적 규제 틀이 자리 잡지 않은 영역입니다. 국가별로 접근 가능 여부와 세금 처리 방식이 다릅니다.
투자자 관점에서 본 DeFi
DeFi에 예치된 총 자산 규모를 TVL(Total Value Locked)이라고 부릅니다. 이는 12편에서 자세히 다룰 핵심 지표인데, 간단히 말하면 DeFi 생태계 전체에 얼마나 많은 자금이 들어와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2024~2025년 기준 전체 DeFi TVL은 한때 1,000억 달러를 넘어서기도 했습니다. 이는 전통 금융 시장과 비교하면 여전히 작은 규모지만,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영역입니다.
주식 투자자 관점에서 보면, DeFi 이자율은 주식 시장의 배당 수익률이나 채권 금리와 비교 대상이 됩니다. 미국 국채 금리가 오르면 상대적으로 낮은 DeFi 이자율의 매력이 떨어지고, 반대로 국채 금리가 낮아지면 DeFi로 자금이 유입되는 경향이 관찰되기도 합니다. 즉 DeFi도 결국 전통 금융 시장의 금리 환경과 완전히 분리되어 있지 않습니다.
정리
- DeFi는 은행 없이 스마트 컨트랙트로 예금, 대출, 이자 수익을 가능하게 하는 구조입니다.
- 신용 평가 대신 과담보 방식으로 위험을 관리하며, 담보 가치가 떨어지면 자동 청산됩니다.
- 이자 농사는 자산을 프로토콜에 공급해 수익을 얻는 활동을 통칭합니다.
- 코드 리스크, 담보 급락 리스크, 규제 불확실성이라는 세 가지 위험을 함께 이해해야 합니다.
- DeFi TVL과 이자율은 전통 금융 시장의 금리 환경과도 연결되어 움직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유동성 풀(LP)을 더 깊이 다룹니다. 주식 시장의 마켓 메이커와 어떻게 비슷하고 다른지, 직접 유동성을 공급하면 어떤 수익과 리스크가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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