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초호황의 이면 — 조용히 커지는 중국의 위협
삼성전자 시총 2000조 돌파, SK하이닉스 사상 최고가, 코스피 8000 시대. 2026년 반도체 업계는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그런데 조선일보 6월 2일자 경제면은 이 축제 분위기 한가운데에서 가장 조용하게 커지고 있는 리스크를 짚었다. 내년부터 쏟아질 중국의 저가 메모리다.
위협은 두 회사에서 온다. D램 전문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와 낸드플래시 전문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다. 5년 전만 해도 한국 기업의 걱정 목록에 없던 이름들이, 지금은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가장 뜨거운 화두가 됐다.

CXMT와 YMTC — 지금 어디까지 왔나
YMTC는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빠르게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매출은 5년 전 2조원 수준에서 지난해 110억 달러(약 16조4000억원)로 8배 가까이 폭증했다. 낸드 시장 점유율(출하량 기준)은 지난해 1분기 처음으로 10%에 도달했고, 3분기에는 13%를 기록하며 세계 4위인 마이크론(14%)에 바짝 다가섰다. YMTC는 현재 270단 3D 낸드 기술을 확보해 삼성전자(286단), SK하이닉스(321단)와의 기술 격차도 빠르게 좁히고 있다.
CXMT의 성장 속도는 더 충격적이다. 2026년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19.1% 증가한 508억 위안(약 11조1000억원), 순이익은 1268.5% 늘어난 330억1200만 위안(약 7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한 분기 순이익만 7조2000억원이다. 글로벌 D램 점유율은 7.6%로 세계 4위에 올라섰고, 한국산보다 15~20% 저렴한 가격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HP, Dell, Asus, Acer 등 글로벌 제조사들이 CXMT 제품 품질 테스트와 협력 논의를 이미 진행 중이다. 저가 위협이 가능성이 아닌 현실로 진입하고 있다는 신호다.
내년이 분수령인 이유 — 물량 폭탄이 온다
지금까지의 중국 메모리는 ‘성장하고 있다’는 수준이었다. 2027년부터는 차원이 다르다.
CXMT와 YMTC는 정부 보조금과 자국산 장비를 등에 업고 올해부터 신규 생산라인을 가동하며 월 12만~14만 장(웨이퍼 기준) 수준으로 증설을 완료한다. 이 규모는 삼성전자 전체 낸드플래시 생산 능력의 약 5분의 1을 단번에 시장에 쏟아붓는 것과 같다. 전 세계 공급량의 8~10%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UBS는 “이는 삼성전자 낸드 생산능력의 상당 부분을 위협하는 규모”라고 분석했다.
단순히 물량만의 문제가 아니다. CXMT는 DDR4 칩을 시장가의 절반 수준으로 공급하고 있다. 중국 정부 보조금이 투입되는 구조에서 한국 기업들이 원가 경쟁을 펼쳐도 이길 수 없는 가격을 지속할 수 있다. 이것이 CXMT 저가 전략의 구조적 배경이다.
YMTC는 우한에 세 번째 반도체 공장을 건설 중으로 2027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공장 착공 이후 불과 1년 만에 양산에 돌입하는 ‘패스트트랙’ 전략을 통해 공급 시점을 최대한 앞당기겠다는 의도다.
한국 기업의 구조적 취약점
중국 저가 공세가 무서운 이유가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D램 생산능력 절반 이상이 범용 제품에 집중돼 있다. HBM4에서 기술 선두를 달리고 있어도, 범용 D램과 낸드 시장에서 가격이 무너지면 전체 실적이 깎인다.
D램과 낸드를 합산하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매출의 상당 부분이 아직 범용 제품에서 나온다. 중국이 이 시장에 물량을 쏟아부으면 메모리 가격 하방 압력이 발생하고, 이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실적에 직접 영향을 준다. AI 서버용 HBM이 아무리 잘 팔려도, 범용 메모리 가격 하락이 그 이익을 상쇄할 수 있다는 구조적 문제다.
중국의 HBM 진출 — 한국의 마지막 방어선까지 노린다
한국의 최후 방어선으로 여겨졌던 HBM에도 중국의 손이 뻗치고 있다.
CXMT는 현재 HBM3(4세대) 시제품을 출시해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AI 칩 개발사에 공급하고 있으며, 내년 HBM3E(5세대) 12단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상하이 공장 생산능력의 약 20%를 HBM3 생산으로 전환하는 작업이 올해 하반기 완료될 예정이다. CXMT 모회사 허페이 이노트론 메모리는 IPO로 확보한 자금 중 75억 위안(약 1조6200억원)을 HBM 생산라인 성능 개선에 투입한다고 밝혔다.
YMTC도 CXMT와의 협업을 구체화하고 있다. CXMT의 D램 제조 능력과 YMTC의 3D 패키징 기술을 결합해 고단층 HBM 개발에 속도를 내는 전략이다. 20단급 HBM을 타겟으로 한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 개발에서 양사의 협업이 구체화되고 있다.
다만 기술 격차는 여전히 크다. CXMT의 HBM3E 양산 계획이 현실화되더라도, 현재 HBM4·HBM4E를 출하하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의 세대 차이는 2~3년이다. HBM은 단순 공정 기술보다 대규모 양산 안정화 경험과 고객 대응 경험이 핵심 경쟁력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 경험을 수십 년간 쌓아온 것을 단기간에 따라잡기는 쉽지 않다.
미국 수출 규제 — 중국의 발목을 잡는 변수
중국 메모리의 확장에는 구조적 한계도 있다. YMTC는 2022년 12월 미국 블랙리스트에 오른 후 첨단 장비 반입이 막혔다. 서방 장비가 투입되지 않는 상황에서 캐파(생산능력) 확대에 제약이 걸려 있다. YMTC가 400단급 엑스태킹5를 개발 중이지만 양산 규모까지 확대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판로 문제도 있다. 낸드 기반 SSD 시장이 컨슈머향 SSD에서 기업용 eSSD 중심으로 비중이 커지는 추세에서, YMTC는 eSSD 시장에서 아직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대형 데이터센터 고객들은 검증되지 않은 중국산 제품을 쉽게 채택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CXMT는 상대적으로 규제 영향이 덜하지만, 미국의 대중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가 강화될 경우 첨단 공정 전환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범용 D램에서 HBM으로 넘어가려면 TSMC급 첨단 패키징 장비가 필요한데, 이 부분에서 서방 장비 의존도가 높다.
패권 변화 시나리오 —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
세 가지 시장 구간으로 나눠 보면 전망이 달라진다.
범용 D램·낸드(DDR4, DDR5 저사양, 모바일 낸드)에서는 2027년 이후 중국이 가장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할 것이다. 정부 보조금 기반의 저가 공세가 이 구간에서 가장 효과적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모두 이 구간에서 수익성 압박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중국 내수 PC, 스마트폰 시장은 이미 CXMT와 YMTC 제품으로 상당 부분 채워지고 있다.
HBM·첨단 AI 메모리에서는 한국의 독주가 2029년까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CXMT가 HBM3E 양산에 성공하더라도 엔비디아, 구글, AMD 등 핵심 고객사 인증까지는 수년이 필요하다. 기술보다 신뢰가 더 오래 걸리는 시장이다.
기업용 eSSD·서버 D램에서는 마이크론이 가장 유리하다. 미국 기업으로서 대중 규제의 수혜를 받고, 중국산 제품이 침투하기 어려운 고객군(미국 하이퍼스케일러)을 주요 시장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대응 전략
한국 기업들도 손 놓고 있지 않다. 삼성전자는 HBM4E 세계 최초 샘플 출하, 파운드리와 메모리를 결합한 원스톱 반도체 솔루션 전략, 앤스로픽 AI칩 수주 확대로 범용 시장 의존도를 줄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HBM 물량의 약 70%를 공급하는 압도적 점유율을 기반으로 HBM 시장에서의 지위를 공고히 하면서 다음 세대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두 기업 모두 범용 시장에서 나와 HBM, 고용량 서버 D램, eSSD, 첨단 패키징 쪽으로 수익 구조를 이동시키는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중국이 먹어도 되는 시장을 내어주고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방식이다. 이 전환의 속도가 얼마나 빠른가가 2027~2028년 실적의 핵심 변수다.
투자자가 봐야 할 핵심 포인트
단기(2026년)에는 지금의 호황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HBM4E 기대감, 메모리 가격 강세, AI 투자 사이클 지속이라는 세 가지 호재가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 중국 물량이 본격화되기 전이라는 점도 단기에는 유리하다.
중장기(2027~2028년)에는 범용 메모리 가격 하락 압박이 실적에 반영될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HBM과 첨단 제품 쪽으로 수익 구조를 얼마나 빠르게 전환하느냐가 주가의 핵심 변수가 된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 강화 여부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규제가 강화될수록 CXMT와 YMTC의 기술 발전 속도가 늦춰지고 한국 기업의 시간이 늘어난다.
참고 자료
- 시사저널 — 삼성전자·하이닉스를 베껴라, 중국 반도체의 HBM 추격전 (2026.06) 바로가기
- 서울경제 — 중국 CXMT 순익 1688% 급증, 저가 D램으로 삼전닉스 위협 (2026.05) 바로가기
- 글로벌이코노믹 — 2026년 중국 메모리 폭증, 삼성·하이닉스 주주가 봐야 할 3가지 (2026.04)
- 시사저널e — 중국 CXMT HBM 굴기 가속, 삼성전자·SK하이닉스 위협할까 (2026.05)
- 뉴스웍스 — 턱밑까지 쫓아온 메이드 인 차이나, 5년 내 D램 장악 경고 (2026.05)
- 조선일보 — 반도체 최대 리스크는 내년 쏟아질 중국의 저가 메모리 (2026.06.02)






